
부모님 세대가 가장 두려워하는 병을 꼽으라면, 0순위는 단연 치매입니다.
50대를 넘어서면 건강관리의 무게중심이 '치료'에서 '예방'으로 옮겨갑니다. 큰 병을 미리 막는 게 핵심이 되는 거죠.

그런데 치매의 원인 중 하나로, 의외의 항목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로 비만입니다.
의학적으로 치매는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 기능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떨어진 상태"를 말합니다.
원인은 여러가지입니다. 크게 이렇습니다.
뇌가 서서히 약해지는 경우. 뇌 안에 나쁜 단백질이 쌓이면서 뇌세포가 조금씩 망가집니다. 흔히 아는 알츠하이머가 여기에 속합니다.
혈관이 막히거나 터진 경우. 뇌경색, 뇌출혈이 오면, 그 직후부터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뚝 떨어집니다.
다른 질병의 영향을 받는 경우. 다른 큰 병이나 우울증 때문에 생기기도 합니다.
그리고 네 번째, 살이 찐 경우. 바로 비만입니다.
앞 세 가지는 그래도 짐작이 가는데, 비만은 의외입니다. 살이 찌는 것과 뇌가 무슨 상관일까요.
1) 살이 찌면, 뇌를 지키는
호르몬이 무너집니다
우리 몸에는 뇌를 치매로부터 지켜주는 호르몬이 둘 있습니다. 렙틴과 인슐린입니다.
그런데 이 둘은 비만과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비만이 치매의 위험성을 증가시키고,
그 중심에는 렙틴과 인슐린 저항성이 있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1.

(1) 렙틴
렙틴은 지방 조직에서 나오는 호르몬으로, 배가 부르면 "이제 그만 먹어"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식욕만 조절하는 게 아니라, 뇌도 함께 지켜줍니다.
치매를 일으키는 뇌 속 노폐물(아밀로이드 베타)이 쌓이는 걸 막고
떨어진 기억력을 되살리고
뇌세포가 죽지 않게 보호합니다.
(2) 인슐린
밥을 먹으면 혈당이 올라가는데요. 인슐린은 이걸 낮춰주는 호르몬입니다. 인슐린도 뇌 건강을 돕습니다.
노폐물이 뇌세포를 망가뜨리지 못하게 막고
뇌에 생긴 염증을 가라앉히고
뇌세포끼리 신호를 잘 주고받게 해줍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살이 찌면 이 두 호르몬이 점점 말을 안 듣게 됩니다. 어려운 말로는 '저항성이 생긴다'고 얘기 하는데요. 뇌를 지키던 두 호르몬이 무너지니 치매 위험은 올라가고, 호르몬이 망가지니 살은 또 잘 찌고. 그렇게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2) BMI가 높을수록,
치매 위험도가 높아집니다

BMI(체질량지수). 헬스장에서 인바디를 해보셨다면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대한비만학회에서는 BMI 25를 넘으면 비만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BMI가 올라가면 치매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특히 한국 비만 기준인 BMI 25 이상은 치매 확률이 약 1.2배 높아집니다2.
3) 비만인 사람은,
기억력이 떨어집니다
"비만이 인지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는 이미 학계에 많습니다. 최근에는 기억을 담당하는 뇌 기능까지 저하시킨다는 사례가 나왔습니다3. 비만인 사람(BMI 30 초과)의 기억력은 정상인보다 낮았고, 측정한 뇌 영역 대부분에서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4) 허리둘레가 늘면,
뇌가 약해집니다
아래 그림의 빨간색과 노란색이 보이시나요?

빨간색: 허리둘레가 늘 때 뇌의 혈류량이 감소했다는 의미입니다.
노란색: 허리둘레가 늘 때 뇌의 정보처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회색질의 부피가 감소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즉, 허리둘레가 늘면 뇌 혈류량과 회색질 볼륨이 함께 줄어 뇌가 취약해지고, 인지기능 장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4
5) 비만인의 뇌는,
치매 환자의 뇌와 비슷합니다.
세 가지 유형의 뇌를 살펴보겠습니다5.
비만인
정상인 (마른사람 포함)
치매 환자
유형별로 뇌에서 사고 기능을 맡는 회질이 얼마나 위축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회백질은 뇌의 고차원적인 기능을 대부분 수행합니다. 뇌와 척수에서 정보 처리와 계산을 담당하는 핵심 부위입니다.
감각을 느끼고, 생각하고, 기억하고, 근육을 움직이거나 감정을 조절하는, 모든 일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회백질이 줄어들수록, 치매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위는 치매환자의 뇌,
아래는 정상인의 뇌입니다.
치매환자의 회백질이 훨씬 위축돼 있습니다.

위는 비만인의 뇌,
아래는 정상인(마른사람)의 뇌입니다.
비만인의 회백질이 훨씬 위축되어 있습니다.

좌측은 치매환자,
우측은 비만인의 뇌입니다.
비교했을 때,
매우 높은 수준으로 유사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빨간색이 진할수록 많이 유사하다는 의미입니다.
정리하면, 치매 환자와 비만인의 뇌는 닮아 있고, 둘 다 회백질이 크게 위축돼 있습니다. 회백질 위축은 뇌가 약해졌다는 신호이고, 곧 치매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는 뜻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내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비만은 치매를 일으키는 핵심 요인 중 하나입니다.
비만은 렙틴, 인슐린 저항성을 만들어서 침 가능성을 높입니다.
비만인 사람은 치매에 걸릴 확률이 약 1.2배 높아집니다.
비만은 기억력을 감소시킵니다.
비만은 뇌를 위축시키고 취약하게 만듭니다.
다이어트는, '치료' 개념으로
접근하는 게 좋습니다.
살을 빼는 일은 단순히 미용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뇌를 지키고 치매 위험을 낮추는,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예방이자 관리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나이와 유전과 달리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몇 안 되는 위험 요인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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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Mejido, Diana CP, et al. "Insulin and leptin as potential cognitive enhancers in metabolic disorders and Alzheimer's disease." Neuropharmacology 171 (2020): 108115.
2) Kivimäki, Mika, et al. "Body mass index and risk of dementia: analysis of individual-level data from 1.3 million individuals." Alzheimer's & Dementia 14.5 (2018): 601-609.
3) Cheke, Lucy G., et al. "Obesity and insulin resistance are associated with reduced activity in core memory regions of the brain." Neuropsychologia 96 (2017): 137-149.
4) Dake, Manmohi D., et al. "Obesity and brain vulnerability in normal and abnormal aging: a multimodal MRI study." Journal of Alzheimer's Disease Reports 5.1 (2021): 65-77.
5) Morys, Filip, et al. "Obesity-Associated Neurodegeneration Pattern Mimics Alzheimer’s Disease in an Observational Cohort Study." Journal of Alzheimer's Disease Preprint (2023):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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